해양을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함미사일 - THE SSEN LIG

디펜스 쇼

해양을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대함미사일
글.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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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중요한 전장이었던 바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충각술과 승선전투로 대표되던 해전은 14세기에 이르러 함포가 사용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함포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유용한 함정 간 공격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대함미사일(Anti-Ship Missile)’의 등장과 함께 해전의 양상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먼 거리에 있는 해군 함정을 격침시킬 수 있는 대함미사일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그려본다.


해전의 패러다임을 바꾼 에일라트 쇼크와 엑조세 스톰

전 세계에 대함미사일 쇼크를 일으킨 스틱스 대함미사일(출처: wikimedia.org)

‘대함미사일(Anti-Ship Missile)’은 해군 함정 공격을 위해 개발된 유도무기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이 개발한, 항공기에서 투하되는 무선유도 방식의 ‘헨셀(Henschel) HS 293’을 시초로 본다. 하지만 대함미사일을 발사한 항공기가 무선 주파수로 그것을 유도해야 하는데, 대공포 등의 위협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대함미사일은 유도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미국 등 서방이 대함미사일 개발에 소홀했던 것과 달리 소련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 순양함 등 대형 함정을 격파하기 위해 대함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련이 개발한 대함미사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선사한다.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 ‘사이드(Said)’ 항구 부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던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라트(Eilat)’가 이집트 해군의 ‘코마르(Kormar)’급 미사일 고속정 두 척이 발사한 나토명 SS-N-2 ‘스틱스(Styx)’ 대함미사일에 의해 격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 해군에 대함미사일의 위력을 알린 이 사건은 ‘에일라트 쇼크’ 또는 ‘스틱스 쇼크’라고 불린다.

에일라트 쇼크 이후 서방도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스틱스가 비행고도가 높아 소형 함정 공격에는 적합하지 않고, 전자방해(ECM)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스라엘 해군은 소형 고속함정 위주로 함대를 재편했고, ‘가브리엘(Gabriel)’ 대함미사일을 배치했다.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해군은 수면 가까이 비행할 수 있는 가브리엘을 투입해 이집트와 시리아 해군 고속함정들을 격파했다.

서방권의 대표적 대함미사일로 자리잡은 하푼 미사일 개발사

스틱스와 가브리엘의 활약을 본 무기 선진국들은 앞다퉈 대함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1970년대까지 미국은 ‘맥도넬 더글라스(McDonnell Douglas, 현재 보잉(Boeing))의 ‘하푼(Harpoon)’, 프랑스는 ‘에어로스파시알(Aerospatiale, 현재 MBDA)’의 ‘엑조세(Exocet)’를 개발했다. 스틱스 개발국인 소련은 SS-N-3 ‘쉐드덕(Shaddock)’에서 SS-N-12 ‘샌드박스(Sandbox)’에 이르는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했다.

엑조세 미사일에 피격된 영국 해군 셰필드호(출처: baexpats.org)

프랑스의 엑조세 미사일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1982년 5월 4일, 아르헨티나 해군의 ‘슈페르 에탕다르(Super ?tendard)’ 공격기가 엑조세 미사일을 사용하여 영국 해군 구축함 HMS 셰필드(Sheffield)를 격침시켰다. 이 사건을 ‘엑조세 스톰(Exocet Storm)’이라고도 부른다. 이후 엑조세 미사일은 수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치열한 대함미사일 개발 경쟁

하푼 대함미사일 구조도(출처: ausairpower.net)

대함미사일의 위력이 입증되면서 현대전에 필수 무기로 정착되었고, 미국, 프랑스, 러시아 외에도 많은 나라가 개발에 나섰다. 독자적인 대함미사일 개발국으로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영국, 중국, 일본, 한국, 브라질, 인도, 노르웨이, 스웨덴, 터키, 대만이 있다. 대함미사일은 개발 국가별로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크게 발사 플랫폼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된다. 함정에서 발사되는 ‘함대함’,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공대함’, 지상에서 발사되는 ‘지대함’, 그리고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대함’으로 나뉜다. 요즘 개발되는 미사일들은 한 종류의 미사일이 함대함, 공대함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함정, 항공기, 지상에서 발사되는 하푼 미사일

다양한 대함미사일이 있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일반적인 미사일 구조와 마찬가지로 탐색기, 탄두, 추진부로 구성된다. 적 함정을 찾는 탐색기는 자체 레이다를 사용하는 ‘능동(Active)형’과 목표 함정의 레이다 전파를 탐지하거나, 열영상 등을 탐지하는 ‘수동(Passive)형’으로 나뉜다. 초기 대함미사일들은 능동형 탐색기가 대부분이었지만, 함정 방어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 수동형 탐색기를 장착하는 대함미사일이 늘고 있다.

수동형 탐색기를 채용한 JSM 대함미사일(출처: kongsberg.com)

대함미사일은 소형을 제외하고 보통 사거리가 40km 이상으로 먼 거리를 비행한다.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함정이나 항공기는 목표의 예상 위치를 파악하고 미사일에 그 위치를 입력해야 한다. 일부 장거리 대함미사일은 목표 위치를 갱신하기 위해 발사 플랫폼과 위성통신 데이터링크로 연결되기도 한다. 위치가 입력된 대함미사일이 발사되면 목표 부근까지는 관성항법(INS)이나 위성항법(GPS)을 사용하여 비행한다.

목표 근처까지 비행하면 본격적으로 표적을 탐색하고 돌입하는 종말 단계로 접어든다. 종말 단계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능동형 또는 수동형 탐색기가 위력을 발휘한다. 목표 함정은 이 탐색기를 속이기 위해 채프와 플레어 등 다양한 기만 장비들을 사용하지만, 최신형 탐색기들은 이런 기만에 속지 않기 위해 첨단 기술로 제작된다.

레이다를 사용한 능동형 탐색기는 작지만 정교한 레이다를 사용하여 적 함정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미사일을 사령탑이나 수면 인근 선체로 유도한다. 레이다를 사용하지 않는 수동형 탐색기는 목표가 내는 전파나 적외선을 추적한다. 전파 추적 방식은 목표가 미사일의 레이다를 방해하기 위해 재밍(Jamming)을 하는 경우 레이다를 대신하여 목표를 추적한다. 열영상 추적방식은 목표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추적하거나, 목표의 외형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여러 척의 배들 가운데서 목표 함정을 식별할 정도의 첨단 열영상 탐색기가 개발되고 있다. 능동형 탐색기와 수동형 탐색기는 상호 보완적 수단으로 쓰이기 위해 동시에 탑재되기도 한다.

목표로 하는 적 함정의 레이다에 의한 탐지를 피하려고 수면 가까이 비행하면서 레이다 탐지를 피하는 기술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대함미사일은 적 레이다에 의한 탐지를 피하고자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적 함정의 방어시스템이 요격하기 어렵도록 여러 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돌입하도록 각 미사일이 먼 거리를 돌아가도록 하는 경로점 우회도 많이 채용하고 있다.

실전배치를 앞둔 장거리, 스텔스 성능 그리고 목표를 구별할 수 있는 첨단 수동형 탐색기까지 갖춘 미해군 첨단 대함미사일 LRASM 홍보영상

새로운 위협, 극초음속 대함미사일과 대함탄도탄

인도가 개발하고 있는 브라모스II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출처: httpnaked-science.ru)

현재 운용되는 대함미사일은 최대 속도가 마하 0.9 이하의 아음속(Sub-sonic) 미사일이 대부분이다. 해군 함정이 다층방어 시스템을 갖추면서 대응하자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등이 개발한 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3 정도의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목표 함정이 대응할 시간을 뺏는다. 최초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1983년부터 배치된 러시아의 SS-N-22 ‘썬번(Sunburn)‘이다. 러시아 외에 중국, 일본, 인도가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초음속 대함미사일보다 빠른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Hypersonic) 미사일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러시아는 2020년대 초반부터 순양함과 잠수함에서 운용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는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과 공기 마찰에 의한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중국의 DF-21D 대함 탄도탄을 설명한 영상

대부분의 대함미사일은 순항미사일 형태지만, 탄도미사일도 대함미사일로 사용된다. 중국은 사거리 2,500km의 ‘둥펑(DF)-21D’를 개발했고, 이란은 사거리 300km의 ‘칼리지 파스(Khalij Fars)’를 개발했다. 대함탄도미사일은 목표에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고, 낙하속도도 빨라 요격이 어렵다. 중국의 DF-21D는 낙하속도가 마하 1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