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으로 탄생한 가장 치명적인 무기, SSBN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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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으로 탄생한
가장 치명적인 무기, SSBN
글.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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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용어인 파괴적 혁신이 유행이다. 기존 제품의 점진적 개량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기존 스마트폰과 전혀 다른 조작과 특징을 가진 아이폰이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예이다. 무기 역시 파괴적 혁신을 통해 발전해 왔다. 땅 속에 묻어서 성벽을 무너트렸던 화약은 포신과 포탄을 가지는 화포의 발명으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으며, 전선을 돌파하는 트럭으로 시작된 전차는 회전 포탑으로 화력을 갖추자 지상전 최고의 무기로 자리잡았다. 이번 호에서는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자 파괴적 혁신으로 발명된 가장 치명적인 무기, SSBN(Ship Submarines Ballistic missile-Nuclear)에 대해 알아본다.

너무나 강력했기에 발생한 문제
  • 히로시마에 핵 폭탄을 투하하는 B-29
  • R-7 로켓은 전 세계 어디든 핵무기를 쏠 수 있었지만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의 공격에 취약했다

SSBN은 잠수함에 발사 탄도 핵미사일을 장착한 원자력 잠수함을 뜻하며 전략 핵잠수함 또는 전략 로켓 잠수함으로도 불린다. 말 그대로 원자력 추진기관 잠수함에 핵탄두 미사일을 탑재한 것이 SSBN의 가장 명확한 정의일 것이다. 그렇다면 SSBN은 어떻게 인류 최악의 무기가 됐을까?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떨어뜨린 이후 강대국들의 필사적인 핵무기 보유 경쟁이 시작됐다. 문제는 핵무기를 어떻게 실어 나를 지에 대해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핵무기의 위력은 기존 폭탄의 수천 배에서 수만 배에 달해 단 한 발만 명중해도 큰 타격을 입지만, 반대로 적의 공격과 방해를 피하고 확실히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핵무기의 첫 투발 수단이었던 폭격기는 핵무기의 운반수단으로 적합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시 개발된 폭격기는 1만km 이상 비행이 가능해 세계 어디든지 폭탄을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사일의 발전과 제트 전투기의 등장은 폭격기의 생존성에 큰 위협이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핵폭격기를 대체할 최적의 해결책이었다.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R-7 로켓은 불과 수 십분 만에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핵탄두를 떨어트릴 수 있었고, 속도도 매우 빨라 요격하기가 힘들었다.

문제는 ICBM이 너무 크고, 지상에서 발사하기에 준비 시간이 길며, 선제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ICBM을 트럭에 싣고 다니거나 강화된 콘크리트 지하 진지(사일로)에서 발사하는 방법을 고안했디. 또한 24시간 달리는 열차나 상선으로 위장한 함선에 핵미사일을 숨겼다가 발사하고, 거대한 대포에 핵무기가 담긴 포탄을 사용하는 등 온갖 수단이 등장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해결책이 아니었다. 인류가 원자력 잠수함이 최고의 핵 미사일 운반수단임을 알게 된 것은 핵무기 발명 후 약 20년이 지나서였다.

SSBN 개발 역사
  •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자 시도했다.
  • 레귤러스 미사일은 느리고 적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었다.

잠수함에서 무기를 발사한다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연구됐다. 우선 잠수함이 실용적인 무기로 처음 인정받은 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U-Boat 잠수함이었다. 독일은 U-Boat에 탑재된 함포를 통해 몰래 적 항구에 포격을 가했으며, 이를 개량해 다연장 로켓포 등의 다양한 무기를 잠수함에 탑재해 지상 공격능력을 갖추고자 했다. 이런 노력 중 가장 혁신적인 시도는 V-2 미사일의 잠수함 탑재 계획이었다. V-2 미사일은 후에 달 착륙 로켓인 아폴로 프로그램을 주도한 폰 브라운 박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인데, 사거리가 짧아 미국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이에 독일은 Type XXI U-Boat에 특수 컨테이너를 연결해 대서양에서 미국을 향해 V-2 미사일을 발사하고자 했다.

나치 독일의 이런 시도는 실행되진 못했지만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고, 미국에서는 SSM-N-8 Regulus 미사일을 두 척의 잠수함에 탑재하도록 개량하여 세계 최초의 미사일 잠수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레귤러스 미사일은 제트 전투기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순항미사일로, 느리고 정확도가 낮은 데다가 잠수함이 수면에 부상해서 발사해야 했기 때문에 아직 불완전했다. 소련 역시 잠수함과 미사일 조합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1958년 취역한 골프급(type 629) 잠수함은 미국과 달리 R-11FM 탄도미사일을 탑재해서 좀 더 신속한 공격이 가능했지만 사거리가 짧았다.

최초의 SSBN, 조지 워싱턴
최초의 SSBN 조지 워싱턴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잠수함의 등장은 완벽한 핵무기 탑재수단으로 크게 주목 받았다. 디젤 엔진과 축전지를 사용해서 추진되는 재래식 잠수함은 한번 잠수 시 길어야 3일 이상 수중에 머물지 못하고, 축전지 충전을 위해 부상하거나 슈노켈이라는 공기 흡입구를 물 밖으로 내밀어야 해서, 적의 공격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가 필요 없어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작동하는 원자로를 탑재한다면, 이론상 무한히 잠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이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노틸러스(SSN-571 Nautilus)가 1958년 북극점을 잠수해서 지나가고 난 뒤, 원자력 잠수함은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모든 군함들을 끈질기게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미국은 오랜 연구 끝에 이런 핵무기 불균형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자력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전략 핵잠수함인 조지 워싱턴(SSBN-598 George Washington)과 세계 최초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인 폴라리스(UGM-27 Polaris)였다. 16개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조지 워싱턴급 핵잠수함은 단 1척으로 한 나라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적이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발사할 지 탐지하거나 추적하는 것이 극히 어려웠다.

핵 보유국은 전략 핵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전략 핵잠수함이 존재하는 이상 핵 전쟁의 위험은 높아만 갈 뿐이다. 누가 먼저 핵전쟁을 시작하든 끝은 인류의 멸망으로 귀결됨을 잘 알기에 지난 70년간 다행히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미소 냉전시기에서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제3차 세계대전을 막게 된 셈이다.

전 세계 SSBN의 현재

이번에는 지금도 침묵의 감시자로, 핵무기를 탑재한 채로 전 세계를 누비며 공격 명령을 기다리는 전 세계의 SSBN을 살펴보도록 하자.

역사상 가장 큰 잠수함, 타이푼
영화 <붉은 10월> 오프닝 장면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역사상 최대, 최고의 SSBN이었던 러시아의 타이푼(941 Акула) 잠수함이다. 냉전시대 구 소련의 마지막 SSBN으로, 당시 타이푼의 존재 자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게 엄청난 위협이었다. 세계 최고의 테크노 스릴러 소설가 탐 클랜시의 <붉은 10월>의 주인공으로 타이푼급 잠수함이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타이푼급 잠수함은 1981년 1번함 드미트리돈 스코이를 시작으로 6척이 건조되었는데, 당시 스파이 위성과 정찰기로 이 잠수함의 엄청난 크기를 파악한 미국은 성능을 파악하는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타이푼급 잠수함은 길이 175m, 4만 톤이 넘는 무게로 추정되었다.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209급이 1,200톤, 대한민국 해군이 가진 가장 큰 배인 독도함이 1만3천 톤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상함(항공모함 제외)도 타이푼보다 큰 배가 없었다.

거대한 크기답게 타이푼 잠수함은 R-39 리프미사일 20기를 탑재했는데, 무게 84톤, 길이 16m의 이 거대한 미사일은 기존 잠수함에 탑재된 SLBM(수중 발사 전략 탄도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무겁고, 8,300Km의 사거리와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하였다. 단 1척의 타이푼이 무려 200발의 핵무기를 전 세계에 투사할 수 있는 셈이다.

타이푼 잠수함의 내부 편의시설

타이푼이 놀라운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보통 원자력 잠수함이 이중 원통형 선체로 심해의 수압을 이겨내는데, 타이푼은 내부의 내압선체가 두 개의 원통으로 되어 있어 크기가 크고, 어뢰의 명중에도 쉽게 침몰되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거대한 선체 속에는 잠수함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각종 편의시설(작은 수족관, 오락실, 연주실, 흡연실은 물론 사우나와 작은 수영장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냉전 이후 밝혀졌다)을 갖추고 있었다. 좁고 불편한 생활환경이 아닌 승무원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편의성은 곧 이 거대한 잠수함이 무척 오래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음을 뜻한다.

  • 세계 최대의 SSBN 타이푼
  • 타이푼급은 내부에 흡연실과 사우나, 목욕탕까지 갖추었다.
  • 타이푼 잠수함은 독특한 2중 구조로 만들어졌다.

냉전이 끝나고 타이푼은 러시아 핵전력에서 사실상 정리해고 됐다. 더 작은 SSBN인 델타급 잠수함의 유지비가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해군이 예산 부족으로 더 이상 운용하기 힘들어진 타이푼을 대체하여 향후 새롭게 배치될 보레이급 잠수함은 타이푼보다는 다소 작지만, 더 치명적인 ‘불라바’ 미사일을 장착하여 운용될 예정이다.

붉은 파도 속의 암살자, 오하이오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시작 장면

타이푼과 함께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잠수함은 미국 해군의 주력 SSBN인 오하이오급 잠수함이다. 명배우 댄젤 워싱턴과 진 해크먼이 함장과 부함장으로 나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하고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는 <크림슨 타이드>. 영화에서 갈등을 키우고 몰입하게 만든 것은 바로 배경인 오하이오급 잠수함이었다. 영화 속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 3명은 미국과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SSBN 함장이다”라는 대사처럼, 몇 명의 생각과 결정이 전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 오하이오급 일부 함정은 순항미사일 154발과 특수전 부대를 운용할 수 있다.
  • 오하이오급 SSBN

1970년대 구 소련은 델타-1, 2로 불리는 최신형 SSBN을 잇달아 취역시켰다.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그 동안 쌓아온 잠수함 기술력을 총동원해 1981년부터 배치한 잠수함이 오하이오급 잠수함이다. 타이푼급보다는 작은 1만8천 톤급 SSBN이지만, 러시아보다 발달된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전투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하이오급에 탑재된 24발의 트라이언트 2 미사일은 1만km가 넘는 사거리와 최대 14개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이론상 탑재 가능한 핵탄두의 수는 타이푼급을 능가하는 300발에 달한다. 잠수함 자체의 성능 역시 떨어지지 않아서, 오하이오급은 탑재된 소나와 무장의 수준이 동시대의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인 LA급과 맞먹었으며, 자신을 추적하는 소련의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과 대등하게 전투를 할 수 있었다.

미 해군의 SSBN 소개

오하이오급은 핵전쟁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냉전 종식 후 1990년대부터 핵무기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미국은 오하이오급 잠수함 4척을 새롭게 개조하여 SSGN, 즉 순항미사일 원자력 잠수함으로 만든다. 24발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대신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154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60명의 해군 특수전 부대를 실을 수 있게 개조된 오하이오급은 테러와의 전쟁과 북한을 비롯한 불량국가들을 견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 154발을 탑재한 오하이오급은 사실상 이지스 구축함 5~6척 수준의 지상 공격능력을 갖춘 셈이니, 그 가공할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영국의 자존심, 뱅가드
뱅가드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 장면

초강대국 미국과 러시아만 SSBN을 보유한 건 아니다. 다른 핵 보유국 역시 원자력 잠수함이 최고의 핵무기 운용수단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영국은 모든 핵무기를 원자력 잠수함에서만 운용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영국의 핵무장 역사는 그야말로 예산과의 전쟁이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식민지를 잃어버려 경제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핵무기에 쓸 예산이 부족한데다가 원래 갖고자 했던 폭격기 탑재 핵미사일 등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거나 핵무기를 실을 전투 폭격기 개발이 취소되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최소한의 투자와 비용으로 핵무기를 유지해야 했던 영국의 선택은 모든 핵무기를 SSBN에만 배치하는 것으로, 세계 모든 핵 보유국 중 유일하게 영국만 핵무기를 SSBN에만 운용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SSBN의 성능 자체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역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뱅가드급 SSBN은 영국의 유일한 핵무기 전력이다.

뱅가드급 잠수함은 1993년부터 배치되어 총 4척이 운용 중이며 영국 핵무기의 마지막 보루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트라이언트 2 미사일에 영국이 자체 생산한 핵탄두를 장착하도록 개조되었다. 뱅가드 잠수함은 1만6천 톤급으로 오하이오급보다 미사일 탑재량이 적지만, 잠수함 자체의 성능, 즉 자체 방어 능력과 적 탐지능력, 스텔스 능력은 오하이오급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현재 영국은 뱅가드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서 석세서(Successor)라는 이름의 차세대 SSBN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은밀한 SSBN인 뱅가드급을 뛰어넘는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트라이던트 핵 미사일은 불과 12기만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네 마리 용, 르 트리옹팡
프랑스의 M51 미사일 발사영상

프랑스 역시 영국과 비슷하게 예산 부족과 국력의 문제로 비교적 적은 양의 핵무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좀 더 공격적이다. 영국이 예산 부족으로 SSBN의 핵심인 핵 미사일을 미국에서 수입했지만, 프랑스는 끈질긴 집념으로 자체 개발한 미사일로 이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르 트리옹팡급 잠수함은 모두 4척이 배치되었다. 자체 개발한 M-51 탄도미사일의 경우 최대 사거리 11,000km에 10개의 핵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트라이던트 2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 트리옹팡급 4번함 르 테러블 잠수함

잠수함 역시 뱅가드급과 유사한 150mw급 원자로를 가졌는데, 프랑스는 르 트리옹팡급의 추진기관에 기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터로 프로펠러를 돌리기 때문에 영국에 비해 더욱 은밀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일까? 2009년 2월 3일 대서양에서는 영국의 뱅가드급 잠수함과 프랑스의 르 트리옹팡급 잠수함이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잠수함 모두 충분히 은밀해서, 서로의 존재를 소나로 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집념과 끈기의 중국 094
  • 핵잠수함인 진급 잠수함은 중국의 주력 SSBN이나 그 성능은 아직 부족하다.
  • 진급 잠수함은 얼마 전 JL-2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중국 역시 수십 년째 SSBN 개발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다른 국가들이 이미 1960년대부터 SSBN을 실전 배치하여 수중에서 핵미사일 발사를 대기시킨 것과 달리, 중국의 SSBN 개발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중국 최초의 SSBN이었던 시아급은 낮은 기술력으로 무리하게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다 보니 성능이 너무 낮았다. 그 때문에 시아급 2번함은 미사일 발사 시험 중 폭발해서 침몰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탑재된 미사일인 JL-1 역시 사거리가 3,000km 미만이기 때문에 대한민국과 필리핀, 일본 정도만 공격이 가능하여 사실상 반쪽 짜리 SSBN으로 평가 받았다.

이런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중국은 끊임없는 투자와 끈질긴 기술 개발 끝에 현재는 핵잠수함에 094(Jin)로 불리는 신형 SSBN을 배치 중이다. 1만1천 톤 규모의 핵잠수함 진급 SSBN은 2010년부터 취역이 시작되어 4척 이상이 배치된 잠수함이다. 탑재된 신형 미사일 JL-2 역시 사거리가 8천 km 이상으로 늘어나 본격적인 핵 억제력을 갖게 되었다. 잠수함을 러시아와 프랑스의 기술을 이전 받은 후 개량했지만 30년 전 건조된 원자력 잠수함과 비슷한 소음과 작전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능은 다른 강대국들의 최신형 SSBN에 비해 부족하지만, 적어도 기습적으로 전 세계 어디든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SSBN을 향한 북한의 야욕

지금까지 최악의 무기인 SSBN의 역사, 그리고 심해를 활보하는 현역 SSBN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지금도 탐지가 불가능한 수백 m 해저에서 수천 기 이상의 핵탄두를 실은 SSBN이 공격 지시를 기다리며 숨죽이는 현대 사회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공포로 지탱되어 왔던 셈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강대국의 힘을 상징하는 수단일 뿐, 누구도 실제로 사용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러한 공포의 균형이 세계를 버텨왔지만 상황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북극성-1호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은, 비록 원자력 추진은 아니지만 핵탄두를 장착해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북한 SSBN의 등장으로 한반도는 핵무기에 대한 실체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을 갖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국가 생존의 운명이 걸린 시기를 겪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국방과학 기술력이 다시 한 번 힘과 지혜를 짜내 이 위협을 헤쳐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