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드론으로 막을 수 있다고?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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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핫이슈

북한 탄도미사일,드론으로 막을 수 있다고?

글. 김수빈 <주간 동아> 객원기자

잊을 만하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탄도미사일은 장사정포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위협 중 하나다. 때문에 이미 우리 공군이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는 패트리엇 체계와 최근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을 성공시킨 우리나라의 M-SAM(천궁) 체계와 같은 방어체계의 도입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탄도미사일 크기 비교

효율적인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개발의 필요성

전장에서는 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방어체계는 공격체계에 비해 훨씬 정교해야 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로켓포 등을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개발한 아이언돔(Iron Dome)과 같은 무기체계가 그렇다. 카쌈 로켓(Qassan rocket) 같은 공격 무기는 한 발에 수십만 원 정도 밖에 하지 않는데 아이언돔의 요격미사일은 한 발에 수천만 원이다. 탄도미사일 방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카쌈 로켓 같은 단순한 무기와는 차원을 달리하지만 어쨌든 공격용보다 방어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이제는 너무나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총으로 쏘아 맞추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로켓포 요격체계 아이언돔(Iron Dome)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무용론을 말하나 다소 무리한 주장이다. 단 한 발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엄청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개발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더 효율적인 방어체계의 방향에 대해서는 꾸준하면서도 진취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종말단계 요격방식의 한계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들은 모두 종말단계 요격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미사일 탄두가 우군지역에 낙하하고 있을 때(탄도미사일 비과 과정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종말단계’라는 표현을 쓴다) 이를 쏘아 맞추는 것이다. 대기권 위에서부터 낙하하는 탄두의 속도는 음속의 8~10배 가량. 직접 충격하여 파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탄두를 타격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거나 궤도가 바뀌어 인근 지역에 낙하하는 경우도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종말단계 요격은 그 특성상 넓은 범위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격수단들을 필요로 한다. 방어체계의 미사일에도 당연히 사정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탄도미사일 탄두의 낙하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더더욱 사정거리에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최신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SM-3와 사드의 발사 시험 장면

그렇다면 종말단계가 아닌 다른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면 어떨까? 탄도미사일의 비행 과정은 크게 상승단계, 중간단계, 종말단계로 나뉜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위협에 대비하여 미국 본토에 배치한 지상기반요격체(GBI, Ground-Based Interceptor)가 중간단계 요격 방식에 해당한다. 물론 종말단계로 들어오기 전에 요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요격체계 하나로도 넓은 구역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또한 그 못지않게 크다. 대기권 바깥에서 비행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을 확인할 수 있으려면 매우 강력한 레이더가 필요하며 가짜 탄두(Decoy, 디코이)를 사용한 기만술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에 더 실효성 있는 상승단계 요격

세계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는 물론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가 상정하고 있는 위협 상황은 러시아나 이란과 같이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우리나라처럼 북한과 인접해 있는 상황과 달라 집중되는 개발 분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위협상황에 부합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효용이 높지 않다며 관련 체계 개발을 거의 포기한 상승단계 요격이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최적의 요격방식이 될 수 있다. 상승단계란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추진력을 얻어 상승하기까지의 과정을 가리킨다. 상승단계 요격은 가능하기만 하면 가장 이상적인 요격방식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종말단계와 중간단계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수의 요격체계로도 충분한 방어가 가능하다. 아직 추진체를 사용하여 비행 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탄두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탄도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드론을 활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 개발 사례

미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1990년대에 드론을 사용하여 상승단계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1993년부터 자국의 파이썬3 또는 파이썬4 공대공 미사일을 개량하고 이를 드론에 장착하여 전술탄도탄을 상승단계에 요격하는 방식을 연구했다. 이스라엘은 1996~1997년경 드론을 사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 개발을 미국과 공동 수행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이 개발을 포기하면서 이스라엘도 드론을 사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또한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공중에서 48시간 동안 체공하면서 2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하는 ‘전구작전용 즉응기체 개발 사업(RAPTOR,Responsive Aircraft Program for Theater Operations)’을 1990년대 초부터 실시했다. 당시 미국 국방연구원(IDA)의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이 이 요격체계를 어느 지역에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이라크와 한반도였다. 미국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상승단계 요격체계로 방어가 가능하리라고 여기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RAPTOR 사업 또한 1995년경 종료되었고 그 이후로 드론을 사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개발 사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미국의 RAPTOR 사업 시제품 D-1

비록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요격체계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기는 했지만 두 나라의 개발 사례는 드론을 이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어느 정도 효용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때문에 세계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드론을 이용한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절실한 나라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자국의 시급한 안보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언돔을 개발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무인기를 사용한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를 개발하면 그 자체로 수출 가능성도 열릴 수 있는 데다 아이언돔이 그랬듯 세계에 자국의 무기체계 개발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