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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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각축전
글.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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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과 군사력을 등에 업은 중국은 대만,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등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패권을 잡기 위해 날로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갈등 양상을 살펴보고, 충돌 가능성을 점쳐보고자 한다.

군사력으로 보는 美中의 대결
‘중국의 꿈’을 상징하는 중국의 항공모함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과 중국이다. 최근 들어 양국을 G2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약 18조 달러의 GDP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며 군사력 역시 세계 최강으로 여전히 다에쉬(ISIS)나 알카에다를 상대로 전쟁 중이다. 한편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약 11조 달러의 GDP로 국가 순위로는 미국 다음이다. GDP만으로 국가의 힘을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G2임은 명확하다. 보통 한 나라의 힘이 커지면 군사력도 이에 따라 증강된다. 중국군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전방위로 진화하는
  • 중국군
  • 미 항모전단에 대응하는 DF-21C 미사일
  • 중국 공군의 주력인 J-11 전투기

중국은 미국의 해군력과 공군력에 대해 오래 전부터 경계해왔다. 미국이 함부로 중국 앞마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반접근 지역거부(Anti-Access Area Denial, A2AD)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즉 미국과 정면승부가 쉽지 않은 중국 입장에서는 미군의 정보 자산을 파괴해서 눈을 가리고 전개를 막음으로써 접근 자체를 아예 못하게 하는 것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우선 핵무기를 운용하는 제2포병의 전력이 집중적으로 증강되었다. 전력을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만 1,200여 발에 이른다.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은 75~100발에 이르며, DF-31A/B와 신형 DF-41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미 해군 항모전단을 격침시킬 DF-21C/D 미사일 발사차량은 최소 36대가 파악되었다. 2016년에 들어서는 제2포병이 로켓군으로 격상되었다.

해군력의 증강도 눈에 띈다. 류화칭 제독의 노력으로 점차 원양해군으로 발전 중이다. 잠수함대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13척에 재래식 잠수함 57척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최대의 전력을 자랑한다. 방공구축함 16척을 포함하여 81척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주력이다. 여기에 더해 2012년부터는 랴오닝 항공모함을 취역시키면서 J-15 함상전투기(Su-33의 라이센스판)를 탑재했고, 자국산 베이징급 항모도 건조 중인 걸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해상 전력을 구축해가고 있는 셈이다.

공군은 과거 방어만 가능했다가 이제 공세와 방어가 동시에 가능하게 발전하고 있다. 주력 전투기는 러시아제 Su-30MKK나 중국제 Su-27 카피판인 J-11로 무려 370여 대나 배치했고, 자국산 J-10 전투기 240여 대가 더해졌다. 4세대 전투기만 600여 대가 넘는다. 게다가 자국산 스텔스 전투기인 J-20과 J-31을 개발 중이다. 전략폭격기로는 최신형 H-6K를 포함하여 약 90여 대의 H-6를 보유하고 있다. IL-76 수송기를 수입하다가 최근엔 자국산 Y-20 전략수송기를 실전 배치했다. 공중급유기는 IL-78M를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였고, KJ-200과 KJ-2000 등 10여 대의 조기경보기를 운용한다.

육군은 적을 내 지역으로 끌어들여 싸우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다른 나라에 가서도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우선 육군은 3세 대급 전차인 99식을 600여 대 가량 실전 배치했고, 장갑차와 보병전투차는 무려 8,870여 대를 보유하여 5년 전보다 약 2배 증가했다. 포병은 모두 13,000여 문의 화포 가운데 2,280대가 자주포를 가졌고, 다연장로켓도 꾸준히 증가시켜 현재는 1,800여 대에 이른다. 작년 전승열병식에서 시진핑 총통이 육군 30만 명을 감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전력은 더욱 강해졌다. 한편 육·해·공군과 로켓군에 더해 첩보위성도 꾸준히 발사하여 현재는 10여 기 이상으로 미국과 거의 동등한 능력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 전력은 커졌지만 덩치는 줄어든
  • 미군
미군의 군사력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항공모함으로 대변된다.

미국은 지상군보다 항공력과 해군력으로 전세계에서 힘을 시현하고 있다. 우선 공군에서 핵심은 역시 B-2, B-1, B-52의 폭격기 삼총사로 모두 합쳐 150여 대에 이른다. 세계 최초이자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는 190여 대나 보유하고 있다. 제4세대 전투기인 F-15와 F-16은 각각 190여 대와 950여 대를 보유하며, 출중한 지상타격 능력을 갖춘 F-15E만도 무려 250여 대다. UAV전력은 육해공 전부 합쳐 7,500여 대 이상이 운용되는데, 지상타격이 가능한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만 합쳐도 240여 대에 이른다. 이러한 전력들이 전세계 어느 곳이든 수 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도록 세계 주요기지에 전개해있다. 특히 미국은 클라크 공군기지에 병력을 전개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해군력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임에 변함 없다. 미 해군은 현재 10척의 니미츠급 항모를 운용하고 있고 올해 신형 제럴드 R 포드급 항모가 배치될 예정이다. 함재기는 F/A-18C/D 호넷과 E/F 슈퍼호넷이 도합 650여 대이고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는 100여 대에 이른다. 주력 수상함은 전부이지스로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이 22척,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62척이다. 이들이 갖춘 방공능력과 대지 공격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프리덤급과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이 현재 6척 배치되어 있으며, 26척이 추가로 건조된다. 꿈의 구축함이라는 줌왈트급은 올해 취역 예정이다.

한편 잠수함은 구형 교체가 필요한 분야다. 오하이오급은 전략원잠이 14척, 순항미사일 원잠이 4척 모두 현역을 지키고 있으나 최우선 교체대상이다. 로스엔젤레스급 공격원잠은 진작에 교체대상이 되어 모두 62척 가운데 39척이 아직 현역이다. 이를 교체하는 대상은 SSN-774 버지니아급으로 모두 48척 가운데 현재 12척이 배치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태평양함대 지역에 배치하는 잠수함은 전체 70여 척 가운데 43척 정도이다. 그나마 나머지 수상함도 60% 정도의 전력을 할애하더라도 숫자로 치면 중국에 비해 열세로 볼 수 있다.

미군의 군사력
떠오르는 중국과 아시아로 돌아오는 미국

시진핑의 국가주석 취임 후에 중국은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펼치려 한다. 13억 중국 인구를 하나로 모으고, 소득을 공평히 분배하며, 2020년까지 중산층 사회를, 제2단계로 2049년까지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급성장한 경제력에 기초해 현대화되고 강력한 군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 취임 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 2030년까지 세계 중산층의 절반이 존재하고,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거대 시장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미국이 집중해야 할 성장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래 주력시장인 아시아 - 태평양을 지키는 안보전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아시아 - 태평양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장소는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문제가 외교문제가 아니라 국내의 관계라는 뜻으로 양안관계라고 부른다. 즉 두 개의 중국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허용하지 않겠단 말이다. 미국도 비록 대만을 정식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에는 보호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당시에 중국이 미사일 훈련 및 해·공군 합동훈련으로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인디펜 던스와 니미츠 등 무려 2개의 항모전단을 배치하며 강력하게 군사력 시위를 했다. 이 대결은 해군력에서 절대 열세였던 중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결국 중국이 물러서면서 잠잠해졌다. 이때 충격 이후 중국은 랴오닝호 항공모함 취항 등 군사력 강화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군사력에 자신감이 붙은 중국은 이제 대만이 아니라 센카쿠 열도, 스프래틀리 군도, 파라셀 군도 등 인근의 해양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고 있다.

중국의 욕심이 빚은 갈등 양상
중국이 완성한 인공섬

문제는 중국의 욕심이다. 중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치열하게 분쟁하고 있다. 대만에서 170km 떨어진 이 무인도를 놓고, 중국은 대만의 부속도서라면서 대만의 주인으로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센카쿠 열도를 일본 정부가 민간인으로부터 구매하자, 중국은 댜오위다오(센카쿠의 중국명)를 국유화했다며 국제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일본 자위대의 함정에 레이더 조준을 하는 등 공세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올해 6월 9일 중국은 센카쿠의 접속수역(연안 22~44km 일대)에 자국 군함을 처음으로 진입시킴으로써 긴장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은 1주일 후인 16일에는 오키나와(沖繩)현 기타다이토(北大東) 섬 주변의 접속수역까지 정보수집함을 보냈다.

남중국해에서도 중국은 시끄럽다. 과거부터 중국 정부는 9단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되자 남중국해의 사유화에 앞장서고 있다.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 등 모든 도서를 자기 것으로 지칭하고 있다. 결국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 베트남명 다쯔텁)와 휴즈 암초(중국명 둥먼자오, 베트남명 다 뚜 응이어) 등 7개소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비행장과 정박시설을 만드는 등 군사시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런 인공섬을 자신의 영토라 주장하며 영해와 영공이라고 우기고 있다. 문제는 국제법상 인공섬은 영토로 인정될 수 없으며, 영해와 영공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

중국의 억지에 대해 미국 입장은 명확하다. 항행 자유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잘못을 부각하기 위해 미국은 상징적인 견제 움직임에 나섰다. 우선 작년 5월 20일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피어리 크로스 상공으로 날렸는데 중국은 상공에서 비키라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10월 27일에는 구축함 라센을 스프래틀리 군도의 12해리 내로 항행시켰고, 여기에도 중국의 반응은 민감했다. 중국은 4월 18일 긴급환자를 수송한다며 해상초계기를 피어리 크로스의 비행장에 착륙시켰고 미국은 크게 반발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의 RC-135 정찰기의 인공섬 상공 비행에 대항하여 중국이 J-10 전투기를 근접 비행하며 방해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중국은 인공섬을 완성하고 나면 이를 근거로 남중국해 전역에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할 수 있다. 이미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 일대에 제멋대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어도까지 중국측 식별구역에 넣음으로써 우리 정부와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발적 충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중국에 밀리고 있던 필리핀과 베트남은 각각 미국과 손을 잡았다. 필리핀은 미군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해군기지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했고, 베트남은 미국제 무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진작에 빗장을 풀고 무장에 나섰다. 대만은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하면서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항공기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는 중국군
상존하는 충돌 위험과 공동 대응의 필요성
중국의 방어선

미·중 양국 사이에 무인도를 놓고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양국은 여전히 경제적인 면에서 상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대만 문제는 다르다. 미국은 대만이 군사적으로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안보 목표로 한다. 반면 중국은 대만 정권이 ‘하나의 중국’에 대한 과거의 약속과 협정을 지키게 하기 위한 위협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 중국의 군사력은 전세계에 미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현대화에서도 갈 길이 멀어 미국과의 격차가 심하다.

중국이 자신의 앞마당에서 싸운다면 미국과 똑같은 전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하는 A2AD 전략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미국과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그러하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미·중의 대만과 남중국해 분쟁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과거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가 2017년에는 보장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국가 간 관계는 힘의 대결이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력과 국방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방이란 경제적 뒷받침 없이는 이루기 어렵고, 과도한 국방투자는 역사 속에서도 강대국이 망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패한 이유도 국방이 약해서가 아니라 경제가 파탄이 난 채로 국방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강대한 세력을 제압할 정도로 중국이 국방력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은 아시아에서 자신의 이권을 확대할 만큼 군사력을 키울 수는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표면상 미국도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한 나라가 국력이 커지면 당연히 군사력도 커지게 마련이다. 다만 힘이 세어진다고 해서 힘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 규범과 질서를 지키는 범위 안에서만 그런 군사력도 정당화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력이 자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지도록 주변국들의 적절한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미국 공격 시나리오